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AI 관련주들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캐시 우드가 다시 부상하면서 소형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의료 AI 분야의 템퍼스 AI(Tempus AI)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단순한 AI 열풍에 편승한 기업이 아니라, 팔란티어와 유사한 독점적 데이터 플랫폼을 의료 분야에 구축하고 있는 흥미로운 기업이다.
CEO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룹폰 창업자의 새로운 도전
템퍼스 AI를 이해하려면 먼저 CEO인 에릭 레프코프스키(Eric Lefkofsky)를 알아야 한다. 그는 그룹폰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룹폰은 온라인 쿠폰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빌리거나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 그룹폰을 통하면 할인이나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실용성이 높다.
에릭의 배경을 보면 1969년생으로, 아버지는 공학자, 어머니는 교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에 특화된 재능을 보여 대학교 신입생 때 카페를 열어 연간 수십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미시간 대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쿨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변호사가 되지 않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 이런 점에서 피터 틸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그의 창업 이력은 상당히 다양하다. 물류 기술, 글로벌 로지스틱스, 마케팅, 미디어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해왔다. 특히 2006년부터 레프코프스키 패밀리 재단을 운영하며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올리비아를 위한 약속 - 창업의 진짜 동기
템퍼스 AI의 창업 스토리는 매우 개인적이고 감동적이다. 2014년 에릭의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종양학과 의사를 만나면서 치료 옵션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과정이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진짜 전환점은 따로 있었다. 에릭의 딸 친구인 19세 올리비아라는 학생 때문이었다. 올리비아는 1차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2021년 추적 검사에서 신장에 종양이 발견되어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젊을수록 암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다.
에릭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비아에게"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1차, 2차, 3차 치료를 거치면서 가족 모두가 의료 정보를 관리하느라 200여 곳의 병원을 뛰어다니는 현실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그 아이를 도와주지 못해서 아직도 2024년인 지금도 밤에 아프다"고 고백했다.
이런 경험에서 나온 것이 바로 '올리비아'라는 AI 건강 관리 비서 앱이다. 환자들이 증상을 기록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건강정보를 관리하며, 치료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다. 미국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앱 안에서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모든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에릭이 말한 창업 철학이 인상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치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제는 환자에게도 무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템퍼스 AI가 추구하는 가치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유전자 검사 (매출의 75%)
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조직 검사를 통해 DNA와 RNA 시퀀싱을 한다. 유전자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좋은 치료법이나 임상시험을 추천한다. 이미 종양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진행되어 있고, 정신건강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2. 데이터 서비스 (매출의 25%, 핵심 성장 동력)
제약회사들에게 데이터를 매칭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200개가 넘는 바이오 기술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수년간 협업하고 있다.
3. 데이터베이스 독점력
미국 의료센터의 약 65%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종양학과의 50% 이상과 연결되어 있다. 임상시험 등록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3만 명 이상이다.
의료 데이터의 독점적 플랫폼 구축
템퍼스 AI의 핵심은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로 분석하는 것이다. 유전자 정보, MRI 영상, CT 영상, EMR(전자의무기록) 등 모든 의료 데이터를 모아서 AI가 분석한다. 그러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모든 빅데이터와 다른 환자의 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다.
팔란티어와의 유사점과 독점 가능성
템퍼스 AI가 흥미로운 이유는 팔란티어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 다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로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차이점은 팔란티어가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템퍼스 AI는 의료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CEO 에릭이 주식의 의결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주주는 의결권이 없고, 모든 의결권을 CEO가 가지고 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을 받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CEO가 부패하거나 사익을 추구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런 우려는 적어 보인다.
템퍼스 AI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하고 있다. 2025년에는 딥식스 AI(임상환자 시험 매칭 플랫폼)를 인수했고, 2023년에는 심장질환 데이터를 가진 회사와 의료 영상 AI 기업인 알텔도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의료 데이터를 선점해서 모으고 있는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의 기회와 리스크
템퍼스 AI의 가장 큰 매력은 독점 가능성이다.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어느 정도 독점하게 되면, 새로운 기업이 끼어들기 어렵다. 팔란티어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늘어도 비용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 구조다. 대부분 AI로 돌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비용을 제외하면 인력이 크게 늘어날 필요가 없다.
현재 매출 성장률도 높고, 비용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지금 적자인 이유는 운영비용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수합병에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데이터베이스 독점을 위한 투자로 보면 된다. 최근 분기에는 매출은 크게 올랐는데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흑자전환도 가능해 보인다.
만약 화이자나 일라이 릴리 같은 대형 제약회사와 거래를 하게 된다면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AI 붐을 타고 성장한 것처럼, 템퍼스 AI도 의료 AI 붐을 타고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의해야 할 리스크 요소들
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의료 분야는 매우 민감한 영역이다. 의료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민감한 개인정보이고, 미국은 의료 소송이 굉장히 많은 나라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규모의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직 적자 기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이후 적자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흑자전환 시점을 잘 파악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트를 보면 최고점에서 많이 내렸다가 최근에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많이 물렸을 가능성이 높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로 인한 전형적인 패턴이다.
결론: 의료 AI의 미래를 선점할 기업
템퍼스 AI는 단순한 AI 테마주가 아니라, 의료 데이터 독점을 통해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구축하려는 기업이다. CEO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진정성 있는 창업 동기와 그룹폰에서 검증된 경영 능력, 그리고 팔란티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이 매력적이다.
특히 의료 분야는 AI가 가장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다. 젠슨 황이 "넥스트는 바이오"라고 말한 것처럼, AI를 이용한 의료 혁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템퍼스 AI는 이 흐름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다만 아직 적자 기업이고 의료 분야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흑자전환 시점을 기다려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팔란티어도 흑자전환 이후에 엄청나게 올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회사의 성공 여부는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독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의료 AI 분야에서 팔란티어 같은 독점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