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6일 수요일

스테이블코인의 진화와 미국 규제의 새로운 전환점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관련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과거 알트코인 열풍과 달리, 이번에는 코인이 아닌 관련 주식들이 먼저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초기 암호화폐 거래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알트코인을 사려면 먼저 비트코인을 구매한 후, 이를 통해 다른 코인을 거래해야 했다. 이더리움 가격이 0.001 BTC 같은 식으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비트코인 자체의 변동성이 크다 보니 가격 표시가 직관적이지 않았고, 거래하기도 불편했다. 특히 법정화폐로 거래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의 사용자들에게는 더욱 큰 장벽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테더(Tether)다. 홍콩 기반의 비트파이넥스 거래소 모회사인 아이파이넥스 산하의 테더 회사가 USDT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거래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 개념으로, 1달러 가치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였다.

스테이블코인의 세 가지 유형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안정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법정화폐 담보형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1만 달러를 가져오면 1만 USDT를 발행해주는 구조로, 현재 시장의 99%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테더의 USDT가 대표적인 예다.

암호화폐 담보형은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다이(DAI)가 있는데, 초기에는 이더리움만을 담보로 했다가 변동성 문제로 인해 현재는 달러 담보와 미국 국채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알고리즘형은 실제 담보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발행량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테라루나가 대표적인 사례였지만, 2022년 붕괴 사태를 겪으면서 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를 '크립토 중앙은행'의 꿈이라고 불렀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함이 증명됐다.

미국 규제의 새로운 전환점: 진리어스 액트

테라루나 사태 이후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옐런 재무장관은 이미 사태 이전부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했었고, 실제로 붕괴가 일어나자 강력한 규제 법안을 추진했다.

상원을 통과한 진리어스 액트(Lummis Act)에 따르면,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법정화폐 담보만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달러 현금, 달러 예금, 잔존만기 93일 이하의 미국 단기국채만 담보로 인정된다. 또한 1대 1 이상의 준비금을 보유해야 하며, 정기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법안이 해외 발행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미국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동일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테더 같은 해외 기업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지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더의 놀라운 성장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테더의 성장세는 정말 놀랍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137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모건스탠리(134억 달러), 마스터카드(129억 달러), 씨티그룹(125억 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

더욱 주목할 점은 테더가 미국 국채의 주요 매수 주체라는 사실이다. 2024년 기준 미국 국채 매수 규모로는 국가 순위 3-7위에 해당하며, 현재 보유량은 한국이나 독일보다도 많다. 직원 수는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그 중 상당수가 변호사로 구성되어 있어 규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테더 수익의 절반은 미국 국채 이자 수익에서 나온다. 이는 '대동강 물장사'라고 불릴 만한 구조다. 고객이 달러를 맡기면 USDT를 발행해주고, 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서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다.

정치적 연결고리와 미래 전망

테더의 정치적 연결고리도 흥미롭다. 테더의 국채 운용을 담당하는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였던 하워드 루트닉이 현재 상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며, 그의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또한 캔터 피츠제럴드는 테더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진리어스 액트 통과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1,500억 달러 규모에서 13배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 국채의 새로운 매수 주체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 국채 순매도국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고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을 적대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결론: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등장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발전은 단순한 암호화폐 현상을 넘어서 글로벌 금융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테더 같은 기업이 전통적인 금융 거대 기업들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고, 미국 정부도 이들을 규제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과 맞물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더욱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자체보다는 관련 기업들의 주식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번 사이클에서는 코인보다 관련 주식들이 먼저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이를 둘러싼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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