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드디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전 관련주들이 체코 신규 원전 계약 소식과 함께 급등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시에 2차전지 업계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로봇 관련주들도 중장기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전주, 글로벌 에너지 메가트렌드의 핵심
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원전이 글로벌 에너지 메가트렌드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신재생 에너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 수급 불안정성이 부각됐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같은 고전력 수요 시설에는 신재생 에너지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 단가는 저렴하지만, 송전망과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별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 전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원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면서도 탄소 중립 목표에도 부합한다.
공급업체의 제한적 구조
원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업체가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원전 공급 가능 국가는 중국, 러시아,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정도인데, 이 중 중국과 러시아는 지정학적 이슈로 배제되고 있다. 원전이라는 것이 핵무기와 연관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설계 능력은 글로벌 1위지만 제조 능력이 부족해 두산에너빌리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레퍼런스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
두산에너빌리티의 압도적 성장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작년에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는 6,500억원, 내년에는 7,900억원, 후년에는 9,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30-35%의 매출 성장률을 의미한다.
체코 원전 계약에서 26조원 중 8조 5,000억원, 즉 약 35%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져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회사의 기술력과 시공 능력이 글로벌 수준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BHI와 S&T에너지의 기회
두산에너빌리티가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는 BHI와 S&T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BHI는 원전 보조기기를 제작하는 회사로, 시가총액이 1조원대에 올라왔다. 작년 4,000억원에서 올해 6,500억원, 내년 7,90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S&T에너지는 보일러 등 대형 산업용 열교환기를 제작하는 회사로, 올해 4,800억원, 내년 6,000억원, 후년 7,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특히 S&T에너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SMR(소형모듈원자로)의 미래
미국 주도의 SMR 개발
SMR은 미국이 중국에게 원전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다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미국이 94기, 중국이 57기로 미국이 앞서지만, 건설 중인 원전은 중국이 28기로 미국의 3배에 달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SMR을 투트랙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테라파워, 뉴스케일, 오클로, X에너지 등 미국의 SMR 설계업체들이 모두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AI 데이터센터와 원전의 만남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현재 3%에서 2030년 1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배 증가를 의미하며, 이런 고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원전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SMR 원전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원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2차전지 업계의 반등 신호
IRA 세액공제 연장의 의미
미국 IRA 세액공제 종료 시점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 앞당겨졌지만, 당초 우려했던 2028년 조기 종료는 피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3년의 시간을 더 벌어준 셈이다.
중요한 것은 3년의 시간 동안 배터리 업체들이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가격이 휘발유차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 패리티 구간이 오면, 보조금 없이도 자체 성장이 가능해진다.
중국 업체 배제 정책의 가속화
IRA 수정법안에 PFE(금지 외국 법인) 조항이 추가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소재 배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군사기업, 위구르 지역 강제노동 방지법 대상 기업, DOD 계약 불가 기업 등에서 생산된 구성품이나 광물을 사용한 제품은 세액공제에서 제외된다.
이는 국내 소재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테슬라가 중국산을 쓸 수 없게 되면서 파나소닉에게 증설을 요구했지만, 파나소닉의 일본 파트너인 스미토모화학이 거절하면서 국내 업체들에게 기회가 돌아오고 있다.
비야디의 재정 위기와 기회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가 76조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야디가 할인율 40%까지 자동차 가격을 할인하고 있다는 것은 판매 부진을 의미한다.
중국 업체들의 어려움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CATL의 시장점유율이 20% 감소한 반면,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50% 이상 증가했다.
포스코퓨처엠의 LMR 기술
LFP를 대체할 LMR 기술
포스코퓨처엠이 3년 만에 기술 컨퍼런스를 열고 LFP를 대체할 LMR(리튬망간리치) 기술을 공개했다. LMR은 LFP 대비 가격은 3% 차이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주행거리는 33% 더 길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성과 수명은 LFP와 비슷한 수준이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훨씬 뛰어나다면, LFP가 LMR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퓨처엠은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계획하고 있어, 2026년 말부터 선행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HLI)이 유일하게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EV3, EV4, EV6 시리즈의 인기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EV 시리즈는 유럽에서 올해의 전기차 1위, 올해의 차 1위로 선정됐고, 미국에서도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ESS 시장의 급성장
AI 데이터센터와 ESS 수요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친환경 인프라 강화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35년까지 618기가와트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작년 235기가와트시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ESS 시장은 360조원에서 400조원 규모로 예상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0%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15-20%로 높은 편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ESS 확대
삼성SDI는 독일 테스볼트와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폴란드 전력공사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SBB 시리즈라는 컨테이너 박스 일체형 배터리로 안정성과 편리성을 높인 제품이 유럽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테라젠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8기가와트시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7-13%에서 20-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로봇주의 중장기 전망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실화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이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앞에서 춤을 추고, 피규어 AI가 BMW 공장에서 실제 작업을 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로봇 관련주들의 연평균 상승률이 26%로 코스피 지수(21%)를 상회하고 있다.
레인보로보틱스 64%, 하이젠모터 170%, 로보티즈 166%, 유일로보틱스 179% 등 개별 종목들의 상승률이 상당하다. 이는 로봇이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 업체들의 분업화 구조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로봇 업체들은 액추에이터, 감속기, 설계 등을 분업화하고 있다. 이는 국내 부품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로보티즈는 중국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에 액추에이터를 납품하고 있고, 하이젠모터는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나믹스 납품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제조 강국의 장점을 살려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구조다.
로보티즈의 물적분할 계획
로보티즈가 자율주행 로봇 사업을 물적분할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17% 하락했지만, 이는 오히려 기회로 볼 수 있다. 액추에이터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8.8%에 달하는데, 자율주행 로봇 개발로 이익을 깎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이 되면 로보티즈는 순수 액추에이터 회사가 되어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생산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며, 손 부분만 해도 전체 원가의 15%를 차지한다.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코스피가 3년 만에 2,900선을 돌파한 배경에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새 정부가 상법 개정, 지배구조 정상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주사들이 평균 59% 상승했다.
자사주 강제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이사선임 누적투표제 등의 정책이 실현되면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이익 상충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지주사와 고배당주 투자 기회
지주사들의 PBR을 보면 SK 0.4배, HD현대 0.9배, 하나 0.7배 등 여전히 1배 미만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PBR 1배 만들기를 추진한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배당 측면에서도 포스코홀딩스 4%, SK 3.5%, LG 4.1% 등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어, 은행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조선, 방산주를 놓친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 원전, 지주사, 로봇, 바이오, 고배당주 등 다양한 테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 종목 선택이 어렵다면 지주사 ETF, 금융 고배당 ETF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코덱스 금융고배당 ETF의 경우 연 배당수익률이 14-18%에 달하며 월배당을 지급한다.
마무리
한국 증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원전, 2차전지, 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고,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들을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