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들을 보면,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과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그의 견해가 흥미롭다.
화웨이의 급속한 기술 발전
젠슨 황은 화웨이의 기술력에 대해 상당히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그에 따르면 화웨이의 현재 기술 수준은 엔비디아의 H200과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발전 속도다.
더 주목할 점은 화웨이가 새롭게 선보인 '클라우드 매트릭스(Cloud Matrix)'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최신 세대인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보다도 더 큰 규모로 확장 가능하다고 한다. 젠슨 황은 "화웨이는 강력한 기술 회사이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며 이들의 경쟁력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제공하는 제품은 최소한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시장에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젠슨 황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의 불가피한 선택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의 대형 기술 기업들이 기존에 엔비디아의 H20을 구매했지만, 현재는 화웨이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젠슨 황은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수출 규제 정책 때문이다. 규제가 계속 변화하면서 시장이 엔비디아와 미국 플랫폼을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중국 고객들이 화웨이 기반으로 자신들의 기술 스택을 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현 시점에서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미국 기술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확신도 보였다. "미국 기술 기업들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컴퓨터 과학자들의 본고장이다. 미국 기업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비전
젠슨 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주요 아이디어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번째는 관세를 통한 재산업화 비전이다. 관세를 활용해 제조업을 되살리고 전 세계가 미국에 투자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아이디어를 "완전히 비전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은 다음 세기 동안 우리에게 변혁적인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도 전 세계 파트너들이 미국 각 주에 투자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AI 확산 규제를 철회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젠슨 황은 이것이 "미국 기술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 스택을 가속화하여 너무 늦기 전에 세계가 이 특별한 AI 시대에 미국 스택을 기반으로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과 인재 확보의 중요성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국 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소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신도 이민자라고 밝힌 젠슨 황은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와서 훌륭한 삶을 구축했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기술 산업과 미국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에 오고 싶어 한다. 이곳은 놀라운 기회가 있는 특별한 나라다. 우리는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여기 오기를 원한다"며, 동시에 "모든 사람이 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말로 기여할 수 있고,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 와서 훌륭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지성을 가져와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와의 협력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XAI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젠슨 황의 존경심이 잘 드러났다. "일론은 정말 특별한 엔지니어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우리는 함께 놀라운 컴퓨터들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컴퓨터를 함께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옵티머스(Optimus)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옵티머스 기회는 바로 코앞에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가 세상에 비교적 쉽게 배치할 수 있는 로봇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것은 고볼륨과 기술 규모를 달성할 수 있는 첫 번째 로봇이다. 이것이 다음 수조 달러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 순방과 AI 인프라
젠슨 황은 다음 주 유럽 순방 계획도 공개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벨기에를 방문해 여러 국가 원수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모든 국가가 인공지능이 전기, 인터넷, 통신과 같이 국가 인프라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명확하다"며, "지능 없이는 어떤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자국과 사회가 인공지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어떤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각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수많은 AI 팩토리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개발 중이라고 하며, 젠슨 황은 이번 유럽 전역의 여행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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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AI 반도체 시장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서 지정학적 경쟁의 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화웨이의 급속한 기술 발전, 중국 기업들의 불가피한 선택, 그리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까지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젠슨 황의 발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술의 힘에 대한 확신이다. 규제와 정치적 제약이 있더라도 결국은 더 나은 기술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전 세계가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잘 드러난다. 앞으로 이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각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