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부터 미국의 미래, 그리고 요즘 뜨거운 감자인 재택근무 문제까지 - 그의 솔직한 견해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변동성은 단순한 지표가 아니다
다이먼은 시장의 변동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변동성을 매우 단순하게 접근한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높으면 트레이더들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동성이 클수록, 거래량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는 거지. 하지만 이건 너무 단순한 접근이야."
그가 강조한 건 결국 '사람의 질'이었다. 투자은행이나 세일즈 트레이딩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장이 요동친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익이 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제대로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 우려
다이먼의 미국에 대한 시각도 꽤 현실적이었다. 그는 미국이 영원히 세계 최강국으로 남을 거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모든 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금부터 30-40년 후에는 그 지위를 잃을 수도 있어. 미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계속 우위를 점하고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의 해법은 명확했다. 서구 세계의 군사 동맹과 경제 동맹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유럽 승전 기념일처럼 서로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가 지적한 문제 중 하나는 미국의 과도한 규제였다. "우리는 규제가 통제 불능 상태야. 여기서 했던 똑같은 실수들을 반복하고 있어"라며, 이를 '블루 테이프(규제의 족쇄)'라고 표현했다.
금리와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내놓았다. 장기 채권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장기 채권 금리가 오르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게 성장을 늦출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일종의 급격한 조정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다이먼은 정부 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미국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 논란: "JP모건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지 마라"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아마 재택근무에 대한 그의 발언일 것이다. 다이먼은 재택근무가 왜 효과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솔직한 답변을 했다.
"나는 재택근무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야. 우리도 이미 10%의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고 있어. 내가 반대하는 건 '효과가 없는 재택근무'야."
그는 특히 젊은 직원들, 관리직, 그리고 혁신이 필요한 업무에서 재택근무가 왜 적합하지 않은지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매일 사무실에 나오고 싶지 않을 권리는 충분히 인정해. 하지만 JP모건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는 마라."
이 발언은 당연히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심지어 청원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먼은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는 그런 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 써. 걱정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한테 정당한 질문을 한 사람에게는 답변하고 싶었어. 그래서 왜 재택근무가 젊은 사람들에게, 관리업무에,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지 아주 자세히 설명한 거야."
리더십의 본질: 솔직함과 원칙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다이먼의 솔직함이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답변을 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든, 재택근무에 대한 반대든, 그는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런 발언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특히 재택근무 문제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는 현대 기업 리더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직원들의 요구와 회사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다이먼이 보여준 건 진정한 리더십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인기 있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불편한 진실도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 자세 말이다.
물론 그의 모든 견해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한 후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솔직함이 때로는 더 건설적인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