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금요일

상법 개정안 통과, 코스피 5천 시대가 올까?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드디어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사가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의 이익까지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소액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법적 구제를 받으려 해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 주주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문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드디어 그 첫 번째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이 바로3% 룰이다. 이는 대주주가 감사를 선임할 때 아무리 지분이 많아도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대주주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감사로 앉히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경제계에서는 8개 단체가 동시에 반발성명을 낼 정도로 부담스러워했다.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주주 소송에 휘말려서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제대로 된 배당도 해보지 않은 기업들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 본다.



실효성 확보가 관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여러 제도들을 조금씩 만들어왔지만, 문제는 이를 어겼을 때의 처벌이 너무 약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금융사기를 저지르면 법정 최고형으로 845년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누적으로 형량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영원히 시장에서 퇴출'이라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있다. 미국은 금융사기를 '경제적 살인'으로 본다. 누군가가 평생 모은 돈이나 퇴직금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것을 실제 살인과 같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 대해 상대적으로 손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금융사기로 형을 살고 나와서 다시 유튜브에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 않나. 앞으로는 이런 처벌 수위도 강화되어야 상법 개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금융주가 먼저 움직인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는금융주다. 이미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 회사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왜 금융주일까? 정부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회사들은 사실상 정부의 정책적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회사들이다. 따라서 정부가 "우리 이제 주주친화적인 정책 한다고 했지? 배당성향 높이고 자사주 소각도 적극적으로 해라"라고 압박하기 가장 쉬운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동안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종목을 정리해야 할 때 현금으로 놔두지 않고 기업은행 주식을 샀다. 배당성향이 좋고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아서 현금 대용으로 활용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 써야 할 다른 용도가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5천, 정말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교수님, 그래서 주가 5천 찍는 겁니까?" 3천에서 5천이 되려면 전체 시총이 60% 가까이 더 올라야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주식 투자를 할 때 나는 세 가지 관점으로 분석한다:실적, 미래 기대감, 수급.

실적 측면에서 보면 방산,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등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동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는 AI 산업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변전설비, 원전 관련 주식들이 크게 올랐다. 반도체도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고, 평택공장 건설도 재개했다.

미래 기대감측면에서는 더욱 흥미롭다. 2년 뒤부터 테슬라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즉 피지컬 AI가 상용화된다고 한다. 로봇을 제일 잘 만들고 활용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새로운 테마주들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수급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최대 손님인 국민연금이 2025년부터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진다. 2025년에는 3조원, 이후에는 8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던 국민연금이 오히려 자금을 빼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뜻이다.

투자 전략은?

그렇다면 무엇을 사야 할까? 확실하지 않으면코스피 지수를 사는 것도 방법이다. 5천 포인트가 되면 60% 수익을 낼 수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여전히 금융주를 주목한다. 메리츠증권이 우리나라 시총 순위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이유가 뭘까? 오래전부터 주주친화적인 정책으로 배당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소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금융회사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 하나, 신한, 우리, 농협 등 주요 은행주들이 비슷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한계가 있어 다른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 있다.

결론: 변화의 시작

이번 상법 개정안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로비로 미뤄져 왔던 주주친화 정책들이 드디어 법제화됐다. 이는 주식 투자자가 거의 2천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권자층이 바뀌면서 정치권도 주식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물론 코스피 5천 포인트가 쉽게 달성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실적과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국민연금 문제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주주친화적인 정책들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증시의 체질이 개선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사례가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상법 개정안을 위반하는 기업이 나타났을 때 어떤 수준의 처벌을 받는지가 이 법안의 실효성을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후속 시행령과 시행 규칙들도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그 변화가 얼마나 깊고 넓게 퍼져나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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