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목요일

한국 상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들: 62년 만의 대변혁이 가져올 파장


상법 개정의 역사적 의미

1963 제정된 상법이 62 만에 대대적인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서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상법은 기업 운영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조항 하나, 문구 하나의 변경도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있다. 그동안 상법 개정 때마다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들어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이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개정이 가져올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 권익 강화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있다.




상법 개정안의 6가지 핵심 내용

1.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현행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회사와 주주' 확대한다. 이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 철학을 보여주는 변화다.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대학의 주인이 이사장인지, 학생인지, 교수인지 명확하지 않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사회가 건물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주식 가치 극대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아니면 직원 임금 인상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직원 임금 인상은 내부 직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이윤 극대화 관점에서는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개정안은 이사가 회사뿐만 아니라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법적 책임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현재 주주총회는 우편 통지, 현장 참석, 당일 의결권 행사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통지, 온라인 병행 또는 온라인 전용 개최, 온라인 의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소액주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변화다. 소액주주도 주주총회에 쉽게 참여할 있게 되면서 주주 권익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집중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제도다. 현행 단순투표제에서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대주주가 선호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집중투표제는 1주당 의결권을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출한다면, 1주당 3표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소액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있어서 소액주주가 선호하는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의결권이 100주인 회사에서 대주주가 50, 소액주주가 5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사 2명을 선출하는 경우, 집중투표제에서는 각각 100표씩 갖게 된다. 소액주주들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이사의 선임이 가능해진다.


OECD 회원국 25개국이 집중투표제를 허용하고 있고, 조건부 허용까지 포함하면 28개국이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금융선진화 관점에서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4.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행 제도에서는 먼저 이사를 선임한 중에서 감사위원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대주주의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처음부터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한다. 이는 마치 부장이 직원들에게 "먹고 싶은 시켜"라고 본인이 먼저 "아메리카노"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미 선택지가 제한되는 것이다.


분리선출제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제한하여 보다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진다.


5. 합산 3% 의결권 제한 확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 하나다. 현행법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시에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 제한했다. 개정안은 이를 '합산 3%' 변경한다.


삼성물산을 예로 들어보자. 이재용 회장 19.9%, 이부진 회장 6.1%, 이서현 사장 6.7%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36.33%라고 가정하자. 현행법에서는 각각 3% 9% 의결권을 행사할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들 모두 합쳐서 3% 행사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공단이나 KCC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각각 3% 의결권을 행사할 있게 되어, 행동주의 펀드나 일반주주가 합세하면 최소 1 이상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있게 된다.


6. 독립이사제 확대

기존의 '사외이사' '독립이사' 명칭을 변경하고, 이사회 독립이사 비율을 4분의 1에서 3분의 1 확대한다. 독립이사는 해당 회사의 일반 업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사내이사나 집행임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를 의미한다.


재계의 우려와 부작용

경영 의사결정의 복잡성 증가

주주간 이해 충돌로 인해 경영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인해 의무 위반 소송이 증가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중소기업에게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 부담을 가져올 있다. 보안이나 해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 전략 수립의 제약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이사회 갈등이 증가하고, 장기적 전략 수립이 저해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독립이사제 확대도 이사회의 전문성 약화를 가져올 있다는 우려가 있다.


외부 자본의 경영권 침탈 우려

합산 3% 확대는 2019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현대차 경영권 위협 사례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에서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균형잡힌 접근의 필요성

어떤 정책도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 입안자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저울질해서 무거운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편익 분석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린 후에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 경영권 공격에 대비한 포이즌 (poison pill) 도입

- 차등의결권 확대를 통한 기존 주주 보호

- 배임죄 폐지와 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

- 이사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보장 방안


결론: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며

이번 상법 개정은 주주 권익 극대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긍정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62 만의 대대적 개정이 가져올 파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때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할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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