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 단장의 투자 철학을 담은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투자 기법을 넘어서,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 시절의 물고기 잡기 경험을 통해 설명한 투자 철학은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족대로 물고기를 쫓는 개인투자자들
오건영 단장이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는 현재 투자 시장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준다. 족대를 들고 물속에서 빠른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뉴스를 보며 급등주를 쫓아다니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뉴스를 보면서 따라가 좋대, 일본이 좋대, 에너지가 좋대" 하며 시장을 쫓아다니는 행동은 결국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가 20년 전보다 3배 이상 빨라졌다는 점이다. 유튜브, AI 알고리즘, 전 세계 투자자들의 참여로 인해 정보 전파 속도와 시장 반응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상황에서 개인이 이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항 전략: 분산투자와 장기 관점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오건영 단장이 제시하는 해답은 '어항 전략'이다. 빠른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대신, 여러 곳에 어항을 설치하고 물고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이는 투자에서 분산투자와 장기 관점을 의미한다.
특히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분산투자를 강조했는데, 이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여러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하기는 어렵지만, ETF 하나로도 이미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서로 다른 성격의 ETF 여러 개를 조합하면 '초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 입문자를 위한 현실적 조언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와 친해지기'라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투자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소액이라도 투자를 해보며 시장의 움직임을 체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여러 ETF에 투자해보고, 매일 그 움직임을 관찰하며 투자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30% 손실이 나더라도 15,000원 정도의 '수업료'로 생각하면 된다는 현실적인 접근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3,000원 손실보다 3,000원 수익이 날 때가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작은 수익에 자신감을 얻어 큰 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1-2년 정도는 연습 기간으로 생각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리의 마법과 시간의 힘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복리 효과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연 6% 수익률로 12년이면 원금이 2배가 되고, 12% 수익률이면 6년 만에 2배가 된다.
"Money Never Sleeps(돈은 잠들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주말에도, 투자한 자산은 계속 일을 한다. 이것이 바로 근로소득과 투자소득의 차이점이다.
복리 효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금액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젊은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우리 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금 투자의 필요성
포트폴리오에 금을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금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헤지 역할이다. 전쟁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금값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보험 역할이다.
20년 전 금값과 현재 금값을 비교해보면 약 12배 상승했는데, 이는 금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 화폐 공급량 증가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의 결과다. 앞으로도 경제 위기 시 화폐 공급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부동산 vs 주식: 심리적 차이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를 믿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동산은 매일 가격 변동을 확인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주식은 단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부동산은 주거 목적이라는 실용적 가치가 있어 심리적 압박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매한 경우, 가격이 횡보하더라도 이자 부담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좋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금 투자의 중요성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인 연금 준비는 필수가 되었다. IRP나 연금펀드 같은 투자형 연금 상품을 활용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고, 장기 투자 관점을 유지하기도 쉽다.
연금 투자는 일반 투자보다 장기적 관점을 갖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이니까 10년 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단기 변동에 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위기는 반드시 온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를 분석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위기가 오기 전에는 아무도 그 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기는 항상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는 곳에서 터진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탐욕과 공포다. 이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위기는 반드시 다시 온다. 다만 언제, 어떤 형태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자산을 한 곳에 집중하지 말고, 여러 어항을 설치해두는 분산투자 전략이 중요하다. 위기가 와도 모든 것을 잃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투자는 빠른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어항을 설치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소액으로 시작해서 투자와 친해지고,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며, 복리의 힘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 현명한 투자 전략이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에게는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이다. 지금 당장 큰 수익을 내려고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투자 습관을 기르며 시간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는 반드시 오지만, 잘 준비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