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의 아쉬운 점들
2주 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환호했다. '슈퍼 상법'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핵심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을 지적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아쉬운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집중투표제가 빠진 것이다. 소액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선출하기 위해 보유한 모든 의결권을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인데,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도 마찬가지다. 이사와 별도로 감사위원을 선출해 더 철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였지만 역시 빠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자사주 의무소각이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의 대표적인 방법이면서,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정책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추가 상법 개정 추진
민주당은 주말을 지나면서 자사주 의무소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김남근 의원이 공식적으로 추가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상당히 강력하다. 기업들은 스톡옵션 지급용을 제외하고는 자사주를 1년 내에 모두 소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도 소급적용해서 1년 내에 모두 소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사주를 왜 소각하지 않을까?
자사주는 의결권도 없고 배당도 받지 못하는 '쓸모없는' 주식이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자사주를 끝까지 보유하려고 할까?
답은 '자사주의 마법'에 있다.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 부분만큼 주식이 추가로 배정되는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상속세 구조상 물적분할이 어려워 인적분할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때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이 가능하다. 또한 자사주를 교환사채 발행 등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어서 기업들이 소각을 꺼리는 것이다.
이런 편법적 활용을 차단하고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자사주 의무소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사주 보유 상위 기업들의 변화
현재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신한증권으로 53%에 달한다. 2위는 일성IS(48%), 3위는 부국증권(40% 수준)이다. 이 외에도 롯데지주(30%대), SK(24%), 태광산업(24%), KT&G(13% 이상) 등이 높은 자사주 비중을 보이고 있다.
만약 자사주 의무소각법이 통과된다면, 이들 기업의 주식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관련 소식이 나오자마자 신한증권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SK의 경우 24%의 자사주 소각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변수까지 겹치면서 추가적인 주가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일정과 시장 전망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자사주 의무소각을 처리하겠다는 일부 보도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너무 좋은 카드를 앞서 다 써버리면 나중에 주가 조정 시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7월 임시국회에서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이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단계적 접근이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밸류업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배경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유동성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이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밸류업 정책으로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투자 전략과 시사점
자사주 의무소각은 단순히 주식수 감소를 통한 주가 상승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적 경영 문화 확산이라는 더 큰 의미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주회사나 금융주 중에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순히 자사주 비중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도 함께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가 줄어들면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사주 의무소각은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비록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 연말까지는 추가 개정을 통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이런 정책 변화를 단순한 테마주 관점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주가치 증대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달간 관련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통과 일정을 지켜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